며칠 전 새벽에 있었던 일이 자꾸 생각나서 적어봐요~
과제 마감이 다음날 아침 9시였는데 알바 끝나고 집에 오니까 이미 밤 11시였어요. 그때부터 노트북 켜고 앉았는데 뭐랄까, 글자가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오더라고요. 커피를 한 잔 더 마셔도 정신은 그대로였고, 그냥 자판만 두드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새벽 2시쯤 됐을 때 손등이 너무 가려워서 긁다가 그냥 습관처럼 거울을 봤어요. 목이랑 손등이 벌겋게 올라와 있는 걸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제 경우만 그럴 수도 있는데, 피부 때문에 운 게 아니었어요. 그 순간에 ‘나 지금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싶었어요. 요즘 텃밭도 이틀에 한 번은 들여다보려고 하고, 가계부도 3주째 매일 쓰고 있고, 알바도 주 3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빠짐없이 나가고 있는데, 정작 저 자신한테는 아무것도 못 해주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계획을 세울 때는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아침 7시에 일어나기, 자기 전에 스트레칭 10분, 주말 중 하루는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 근데 막상 하루하루 살다 보면 그중에 지켜지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날도 원래 자정 전에는 자려고 했는데 결국 새벽 4시까지 앉아있었어요. 그러고도 다음날 아침 9시에 과제는 겨우 제출했어요.
재택인 날은 그나마 나은데 출근하는 날은 유독 더 그런 것 같아요. 회사에서 하루 종일 사람 만나고 오면 집에 와서 뭘 할 힘이 남아있지를 않아요. 그런데도 과제는 밀리면 안 되고, 알바는 빠지면 안 되고, 텃밭은 계속 물을 줘야 하고. 그 밤에는 그게 다 한꺼번에 몰려온 것 같았어요.
여러분도 이런 밤 한 번쯤은 있었을 것 같아요. 저는 그날 거울 앞에서 한참 서 있었어요~ 손등은 며칠 지나면 가라앉겠지만 그 순간의 마음은 좀 오래 갈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