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밤에 수업 끝나고 알바까지 마치고 집에 왔는데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더라고요. 씻고 나와서 로션 바르다가 손목 쪽이 또 붉게 올라온 걸 봤는데, 딱히 아프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그냥 그 자리에 한참 앉아있었어요.
요즘 재택이랑 출근을 번갈아 하다 보니까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매번 달라요. 그날은 늦게까지 있다가, 다음날은 일찍 나가고. 몸이 그 리듬을 못 따라가니까 다른 것들도 같이 흔들리는 것 같더라고요. 뭐랄까, 하나가 삐끗하면 줄줄이 같이 삐끗하는 느낌이요.
책상 위에 가계부가 펴져 있길래 봤더니 며칠치가 그냥 비어있더라고요. 원래 하루 지나기 전에 꼭 적자고 다짐했었는데 그것마저 못지키고 있었던 거예요. 텃밭도 마찬가지고요. 물 준다고 마음먹은 날이 몇 번이나 그냥 지나갔는지 세다가 그만뒀어요. 세는 것도 지치더라고요…
그러니까 하나를 못 지킨 게 아니라 잡고 있던 게 다 같이 스르륵 풀려버린 느낌이었어요. 잠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 가계부도 그렇고, 제 경우만 그럴 수도 있는데 뭔가 하나가 ‘무너지면’ 나머지도 다 같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날은 그냥 앉아서 손목만 계속 만지고 있었네요~
낮에는 괜찮은 척 잘 다니거든요. 대학원 수업도 듣고 알바도 하고, 사람들 앞에서는 저 ‘별일 없어’ 보일 거예요. 근데 혼자 있는 시간에 이렇게 훅 오는 게 있더라고요. 뭔가를 계속 지키려고 하는데 자꾸 놓치고, 놓친 걸 다시 붙잡으려다 또 놓치고. 그 반복이 좀 지치는 밤이었어요. 저만 이런 건 아닐 것 같기도 하고, 여러분도 다들 뭔가 하나씩은 이렇게 놓치면서 사시는 거겠죠.
그냥 오늘은 이 얘기가 하고 싶었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