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에 팔이 가려워서 깼는데 다시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았어요. 켜놓은 스탠드 불빛 아래 며칠 전부터 다시 쓰기 시작한 가계부가 그대로 펼쳐져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처음엔 이번 달엔 진짜 ‘꾸준히’ 써보자 하고 시작했거든요. 근데 펼쳐보니까 4일 쓰고 그다음부터는 빈 칸이었어요. 그 빈 칸을 한참 보고 있는데 뭐랄까,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가계부 하나 제대로 못 채우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왜 이렇게 안 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 순간엔 제가 뭘 해도 오래 못 가는 사람 같아서 서러웠어요.
요즘 계속 이래요. 운동도 처음엔 일주일에 3번은 나가자 했다가 어느새 안 나가고, 식사도 규칙적으로 챙기자 했다가 바쁘면 대충 때우고요. 텃밭도 물 주러 가야지 하면서 며칠씩 미뤄요. 물론 컨디션 괜찮은 날엔 그럭저럭 다 하긴 해요. 근데 그런 날이 얼마 안 가고, 하루 삐끗하면 그 다음부터 줄줄이 다 놓치더라고요. 제 경우만 그럴 수도 있는데, 뭔가를 마음먹는 건 잘하는데 그걸 계속 이어가는 힘이 저한테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일이랑 제 시간 ‘경계’도 자꾸 흐려져서, 퇴근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노트북을 다시 켜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는 시간도 들쭉날쭉해지고, 그게 또 피부로 먼저 나타나는 것 같더라고요. 가렵고 깨고, 그러면 다음날 컨디션이 안 좋고, 그 상태로 또 하루를 버티고. 이게 계속 돌고 도는 느낌이에요.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즘 들어 유독 그래요.
가계부 빈 칸을 보면서 운 게 좀 우습기도 한데, 그 빈 칸이 꼭 요즘 제 모습 같아서 그랬나 봐요. 시작은 하는데 끝까지 못 가는 거, ‘혼자’ 정한 약속을 혼자 못 지키는 거. 누구한테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지 모르겠어요.
한참 그러고 앉아 있다가 새벽 4시쯤 됐길래 다시 누웠어요. 이불 속에서도 계속 그 빈 칸 생각이 나더라고요. 여러분도 이런 밤 있으실 것 같아서 괜히 여기 적어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