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를 다시 쓰기 시작한 지 3주째인데, 어제는 밀린 것들을 정리하다가 작년 지출 내역까지 넘겨보게 됐어요.
그 무렵 병원비로 나간 돈이 유난히 많더라고요.
숫자만 봐서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텐데, 옆에 적어둔 메모를 보다가 마음이 이상해졌습니다.
그때는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벅차서 뭘 사고 뭘 쓰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요.
남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녔는데, 집에 오면 그냥 멍하니 앉아있던 날이 많았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고 이직 준비도 하고, 가계부도 이렇게 다시 쓰고 있는데
이상하게 그 시절 기록 앞에서는 손이 딱 멈추게 되네요.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순간에 훅 들어오는 게 있습니다.
필름 카메라 챙겨서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려고 했는데, 그냥 그대로 두고 방에 한참 앉아있었어요.
그날의 나한테 뭐라고 해줄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옆에 가만히 앉아있는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애써 ‘괜찮다’고 넘기기보다, 오늘은 이 마음을 그냥 그대로 적어두고 싶었어요.
긴 글 죄송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