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결국 새벽 1시 넘어서 잤어요~ 원래 밤 11시까지 마무리하고 자려고 했는데, 저녁 8시쯤 갑자기 시안을 오늘 안에 다시 봐달라는 연락이 와서요. 마침 그날이 재택이라 그랬는지 저도 모르게 계속 붙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출근하는 날이었으면 애초에 짐 싸서 나가야 하니까 이 정도로 늘어지진 않았을 텐데요. 저녁도 대충 때우고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거든요. 다음날 아침 9시에 화상회의도 잡혀 있어서 어차피 늦게까지 할 일이 있긴 했는데, 이 정도로 밀릴 줄은 몰랐어요.
그러다 문득 창밖을 보는데 텃밭에 물 주는 걸 깜빡했다는 게 생각났어요. 낮에는 회사 미팅이 이어져서 못 나갔고, 저녁엔 또 시안 때문에 못 나갔고… 요 며칠 상추가 부쩍 시들해 보이길래 신경 쓰고 있었는데, 오늘도 못 챙겼구나 싶더라고요. 뭐랄까, 별거 아닌 일인데 그 순간 마음이 훅 가라앉았어요. 텃밭은 뭐 거창한 것도 아니고 상추 몇 포기 심어놓은 게 다인데, 그것 하나 꾸준히 못 챙기니까 다른 것도 다 그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자기 전에 가계부를 쓰려고 앱을 열었는데, 이번 주에만 배달을 시킨 게 벌써 4번이었어요. 저녁 차려 먹을 기운이 없어서 시킨 거긴 한데, 숫자로 딱 보니까 마음이 좀 그렇더라고요. 가계부도 얼마 전에 다시 쓰기 시작한 거라 그런지 숫자가 눈에 더 밟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 혼자 정해둔 ‘균형’이란 게 자꾸 무너지는 느낌이랄까요. 잠도, 밥도, 텃밭도, 가계부도 다 조금씩만 챙기다 마는 것 같아서요.
씻으면서 손목 안쪽이 또 좀 트인 걸 보고는 ‘내일부터는 진짜 다르게 살아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 말을 이번 달에만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제 경우만 그럴 수도 있는데, 일하는 시간이랑 제 시간의 경계가 없어지니까 다른 것도 같이 흐트러지는 것 같아요. 자는 시간, 먹는 시간, 심지어 텃밭 물 주는 시간까지도요. 대학원 과제 마감도 겹쳐 있어서 그런지 요즘따라 유난히 그런 게 심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알바 스케줄도 따로 있는데, 다 제가 벌인 일이라 누구 탓할 수도 없고요. 주말엔 좀 쉬어야지 하다가도 밀린 일 처리하다 보면 또 그렇게 지나가버려요. 뭐 하나라도 제대로 지키면서 살고 싶은 건데 마음처럼 잘 안 되네요. 여러분도 그런 밤 있으실 것 같은데, 저는 오늘 유독 그랬어요. 상추한테 좀 미안한 밤이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