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빵 반죽 해놓고 발효되는 동안 식탁에 앉아있었는데 문득 손등이 눈에 들어왔어요. 반죽 치대느라 밀가루 묻은 손등이 벌겋게 일어나 있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오늘따라 마음이 훅 가라앉았습니다.
은퇴하고 시간이 많아져서 빵 굽는 거 배우기 시작했는데, 손 움직이고 있으면 딴생각이 안 나서 좋았거든요. 근데 오늘은 반죽하다 말고 손등만 한참 쳐다봤어요. 큰일 겪고 나서는 뭘 해도 마음이 금방 딴 데로 가버리네요. 자격증 시험이 2달 남아서 책도 펴놔야 하는데 그것도 손이 안가네요.
발효 다 됐다고 타이머 울리는데도 한참 그러고 앉아 있었습니다. 다들 그런 날 있으시죠. 별일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무너지는 그런 날이요. 반죽은 결국 좀 늦게 구웠는데 모양이 삐뚤빼뚤하게 나왔어요 ㅋㅋ 맛은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이럴 때 유독 티가 나는 것 같아요. 조용한 집에서 타이머 소리만 듣고 있으려니까 진짜 진짜 쓸쓸하더라고요~ 그래도 내일은 문제집이라도 좀 펴볼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