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5시에 잠이 깨서 빵 반죽을 했습니다. 은퇴하고 나서부터 새벽에 자꾸 일찍 깨는데, 누워있느니 뭐라도 하자 싶어서 요즘 빵을 자주 굽거든요. 반죽을 치대다가 손 씻으려고 물을 트는데 손등이 눈에 들어왔어요.
한동안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붉은 자국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더라고요. 별거 아닌데 마음이 훅 가라앉았습니다. 그 힘들었던 시기가 다시 떠올라서요. 반죽하던 손을 멈추고 식탁 앞에 그냥 앉아있었습니다.
요즘 자격증 시험 준비도 하고 있는데 시험이 2달 남았거든요. 시간은 많은데 이상하게 마음이 자꾸 딴 데로 가서 진도가 안 나가고 있었는데, 오늘 또 그 순간이 오니까 책 펼 마음도 안생기더라고요. 몸은 진짜 진짜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은 아직 그날들 근처에 머물러 있나 봅니다.
은퇴하고 시간이 많아지니까 오히려 이런 순간을 더 자주 마주치는 것 같아요. 예전엔 출근하고 바쁘게 지내다 보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이제는 멈춰 서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네요.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오늘은 좀 힘들었습니다.
결국 반죽은 냉장고에 넣어두고 오븐도 못 켰습니다. 오늘은 그냥 그런 날이었나 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