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들 재우고 나서 식탁에 혼자 앉아 식은 국을 데워 먹다가, 문득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낮에는 회사 일이 밀려서 정신없이 넘어갔는데, 밤이 되니까 그제서야 하루 종일 눌러두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요즘 이직 준비까지 같이 하고 있어서, 퇴근하고도 노트북을 다시 열어 자기소개서를 고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립니다. 몸은 피곤한데 머리는 계속 돌아가고 있으니, 정작 자려고 누우면 잠이 안 옵니다.
그날은 유난히 더 그랬습니다.
– 팔 안쪽이 가려워서 회의 중에도 몰래 긁었는데, 옆자리 동료가 흘끗 보는 것 같아 손을 얼른 소매 속으로 숨겼습니다.
– 저녁은 아이들 먼저 먹이고 치우느라, 정작 저는 밤 11시 47분이 돼서야 식탁에 앉아 먹었습니다.
– 그러고도 잠이 올 것 같지 않아서, 잠깐만 하자는 마음으로 게임을 켰습니다.

예전에는 아이들 재우고 나면 저도 같이 눈을 감았는데, 요즘은 이상하게 그 시간이 하루 중에 유일하게 저 혼자인 시간이라, 몸은 피곤해도 놓기가 싫어서 자꾸 뭔가를 하게 됩니다. 게임도 그중 하나인데, 사실 재밌다기보다는 그냥 머리를 잠깐 꺼두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화면은 보고 있어도 머릿속은 계속 이직 공고 생각뿐이었습니다. 이 나이에 새로 시작해도 되는 건지, 애들은 누가 챙기는지, 가려운 건 왜 자꾸 밤에만 심해지는지, 생각이 자꾸 엉키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구인 공고 하나에 [경력자 우대, 즉시 투입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는 걸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냥 내가 지금 정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상태가 맞나, 하는 생각이 스쳤던 것 같습니다. 몸도 가렵고 잠도 못 자고 마음에도 여유가 없는데, 이력서에는 그런 게 하나도 안 보이니까요.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게임을 껐습니다. 결국 잠든 건 새벽 1시가 넘어서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출근 준비를 했습니다. 아이들 도시락 챙기고 옷 입혀서 보내고 나니, 어젯밤 일은 제가 겪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
3일째 이런 식으로 자고 있습니다. 누구한테 말할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큰일도 아닌 것 같아서 그냥 혼자 삭이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냥 여기 한번 적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