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아이들 재우고 나서, 잠깐만 하고 자야지 했던 게임을 손에서 못 놓고 있었어요. 정신 차려보니 새벽 1시였습니다!
스테로이드 줄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몸이 한창 예민할 시기라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엔 그냥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안 나서 그게 편했어요. 낮에는 애들 챙기랴 일하랴 정신없이 지나가는데, 밤이 되어서야 겨우 제 시간이 생기니까 그걸 놓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끄고 눕는데 갑자기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이 나이 되도록 이런 것 하나 스스로 못 끊나 싶어서요. 애들 키우면서 일까지 하려면 잠이 진짜 진짜 중요한 시기인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정작 밤이 되면 그게 마음처럼 안 됩니다. 젊을 때는 하루 못 자도 다음날 어찌어찌 버텼는데, 요즘은 그 하루가 며칠을 가는 것 같아서 더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다음날 아침엔 역시나 몸이 천근만근이었어요. 아이들 도시락 챙기고 출근 준비하는데 손이 느려지고, 팔 안쪽 가려운 데도 평소보다 더 신경이 쓰이고… 그런데 그게 피부 때문인지 잠을 못 자서인지도 헷갈리더라고요. 출근길 내내 머리가 멍했고, 회사 가서도 오전 내내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거기다 요즘은 가을이라 친구들 결혼식이 줄줄이 겹쳐 있어서, 주말마다 어디를 가야 하나 옷은 뭘 입어야 하나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닙니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게 다녔을 자리인데, 지금은 몸 상태 생각하면서 하나씩 저울질하고 있는 제 모습이 좀 낯설고 서럽기도 해요. 오래 알고 지낸 친구 축하해주러 가는 자리인데, 마음 한쪽에서는 체력 걱정이 먼저 드는 게 스스로도 씁쓸했습니다.
애들도 주말마다 데리고 다닐 데가 있고 저도 몸을 추스러야 하는데, 결혼식 일정까지 겹치니까 어느 걸 먼저 챙겨야 하나 계속 머릿속으로 계산만 하게 돼요. 정작 저 자신 컨디션은 뒷전이 되는 것 같고요.
누구한테 딱히 하소연할 데도 없어서, 그냥 혼자 삭이고 출근했습니다. 남편한테 말해봐야 피곤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소리나 들을 것 같고, 애들한테 할 얘기도 아니고요.
밤에 게임 하나 못 끄는 제 자신한테 자꾸 화가 나면서도, 그게 그날 하루 유일하게 마음 편한 시간이었다는 게 더 씁쓸했던 밤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