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혼자 가방을 싸고 있는 걸 어제 아침에 봤습니다.
저는 그 전날 밤에도 게임을 붙잡고 있었어요. 스테로이드를 줄이기 시작한 지는 아직 얼마 안 됐는데, 몸이 적응을 못해서인지 밤에 유난히 잠이 안 와서 그런지,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를 못하겠더라구요.
새벽 1시가 넘어서야 겨우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니 아침에 당연히 못 일어났고, 큰애는 흔들어 깨워서 겨우 보냈는데 둘째는 제가 못 깨운 걸 알고 혼자 알람 듣고 일어나서 가방을 싸고 있었던 거예요.
그 모습을 문틈으로 보다가 그냥 마음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몇 년째 이렇게 피부 때문에 잠을 설치고, 약을 줄이면서 몸이 또 흔들리고, 그 와중에 아이들한테는 제대로 못 챙겨주는 것 같고… 그런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오더라구요.
게임을 끄고 일찍 자야 한다는 건 저도 머릿속으로는 진짜 진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불 끄고 누우면 가렵고 뒤척이게 되니까, 차라리 핸드폰 보면서 버티는 게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자야지 하면서도 자꾸 다시 손이 가고, 그러다 보면 또 한참이 그렇게 가버립니다. 이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가을이라 결혼식도 겹쳐서 주말마다 다녀오면 다음 주까지 몸이 못 따라가는 것도 요즘 힘든 부분이에요. 친구들 결혼식이라 안 갈 수도 없고, 가면 축하하는 마음은 진짜인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까 미안한 마음이 자꾸 듭니다.
애들 데리고 다니다 보면 체력이 금방 떨어지는데, 올해는 유난히 자주 겹쳐서 다음 주말은 또 어떻게 버틸지 마음의 준비가 안 됩니다.
둘째한테는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그냥 꼭 안아만 줬습니다.
아이가 혼자 컸구나 싶은 마음이랑, 나는 그동안 뭐 하고 있었나 싶은 마음이 같이 들어서 그날 하루 종일 일하면서도 자꾸 그 장면이 떠올랐어요.
몸이 아픈 것도 힘든데 그 옆에서 아이가 알아서 자라는 걸 보는 것도 참 묘하게 마음이 아프네요 🙂
줄이는 과정이 원래 이렇게 힘든 건지, 그냥 저만 유난인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일찍 자보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