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에 반찬 몇 가지 만들어서 일주일치 밀프렙을 좀 해두려고 했어요. 그런데 팀 채널에 급한 메시지가 와서 노트북부터 열었고, 결국 반찬은 손도 못 댔어요. 재택이랑 출근을 번갈아 하다 보니까 일이 끝나는 시간이랑 제 시간이 시작되는 시간이 따로 없어졌거든요.
일 끝내고 보니까 밤 10시가 넘었더라고요. 냉장고 열어보니 아침에 해둔 밥이 그대로 있었어요. 데우기도 귀찮아서 그냥 찬밥에 반찬 몇 개 올려서 혼자 먹었어요. 한 숟갈 떠먹는데 뭐랄까, 갑자기 서러운 기분이 훅 올라왔어요. 밥이 식어서가 아니라, 저 자신을 챙기는 일을 제가 이렇게 쉽게 뒤로 미루고 있었다는 게 그제서야 보였던 것 같아요.
운동도, 잠도, 밥도 전부 ‘이것만 끝내고’라는 말 뒤에 쌓아놨거든요. 그러다 보니 정작 저를 위해 세운 계획은 제일 먼저 무너지고, 남들과의 일정이나 마감만 간신히 지켜내는 식이에요. 숟가락 내려놓고 한참 앉아 있다가 결국 울었어요. 억울해서라기보다 제가 저한테 너무 소홀했다는 게 서러웠던 거예요.
제 경우만 그럴 수도 있는데, 뭔가를 꾸준히 해보겠다고 마음먹을 때마다 저를 돌보는 일이 늘 제일 먼저 밀려나요. 그날도 그랬어요. 그러니까 밀프렙이 문제가 아니라 그 뒤에 쌓인 다른 미뤄둔 것들이 한꺼번에 올라온 거였던 것 같아요~
요즘 가계부도 다시 쓰기 시작했는데, 적다 보니 야근하고 그냥 시켜 먹은 날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숫자로 보니까 흐릿했던 게 더 분명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돈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제가 저를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지가 그 가계부에도 똑같이 드러나 있더라고요.
텃밭도 요즘 거의 못 들여다봤어요. 지난주에 잠깐 들렀을 때 보니 물을 못 줘서 잎이 축 처져 있었는데, 그것도 결국 같은 얘기구나 싶었어요. 대학원 과제랑 알바 스케줄까지 겹치는 주에는 더 심해져요. 뭐가 먼저인지 순서를 자꾸 헷갈리게 돼요.
오늘은 일부러 밥 먹을 때는 노트북을 다른 방에 두고 왔어요. 당장 뭘 크게 바꾸겠다는 건 아니고, 그냥 어제 느꼈던 그 마음을 여러분한테 적어두고 싶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