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텃밭에 너무 늦게 심은 거 이대로 둬도 되는 건지 여기에 글 올렸었는데, 여러분이 서리 오기 전에 걷는 게 안전하다고, 그냥 지금 뽑으라고 해주셔서 마침 알바 쉬는 날이라 바로 다녀왔어요.
가서 보니까 뭐랄까, 생각보다 더 작더라구요! 그래도 뽑아야 한다니까 하나씩 뽑아서 상자에 담았는데, 담으면서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제 경우만 그럴 수도 있는데, 이게 꼭 제가 하는 일들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가계부도 뒤늦게 다시 쓰기 시작했고, 일찍 자기도 뒤늦게 시작했고, 심지어 수업도 늦게 등록해서 겨우 따라가고 있는데, 그러니까 전부 ‘제때’ 시작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더라구요.
상자에 다 담고 나서 밭 앞에 그냥 한참 서 있었어요. 누가 보면 뭐 하나 싶었을 텐데, 괜히 코끝이 찡해서 그 자리에서 못 움직이겠더라구요ㅠㅠ 작게라도 끝까지 키워보고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서둘러 거둬야 하는 게, 텃밭 때문이 아니라 요즘 제 생활 전체가 그런 것 같아서요. 뭔가 늦게 시작해서 늦게 끝내고, 그마저도 끝까지 못 가고 중간에 걷어내는 느낌이요.
그래도 집에 와서 뽑은 거 씻어서 반찬 만들어 먹으니까 그건 또 나름 괜찮았어요ㅋㅋ 작아도 맛은 있더라구요! 그런데도 밭 앞에 서 있던 그 순간이 계속 생각나요. 여러분은 뭔가 늦게 시작한 걸 끝까지 못 가고 중간에 거둬야 할 때 그냥 ‘이번엔 여기까지’라고 받아들이세요, 아니면 다음번엔 아예 다르게 시작해보려고 하세요?
